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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우리는 섬으로 출근 한다”

통영 두미도, 전국 최초 섬택근무 시작

곽금미 | 기사입력 2021/05/05 [10:09]

경남도, “우리는 섬으로 출근 한다”

통영 두미도, 전국 최초 섬택근무 시작
곽금미 | 입력 : 2021/05/05 [10:09]

 

재택근무를 넘어 섬택근무가 시작됐다.

 

이른바 ‘아일랜드 스마트워크센터’ 시대가 도래한 것. 첫 대상지는 경남 통영시의 두미도.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꽤 먼 섬이다. 그러나 해저로 인터넷 광랜이 깔려있어, 컴퓨터로 일하는 요즘의 작업환경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오히려 불필요한 외부간섭이 적어 집중도와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불편을 기회로’ 역발상을 시작한 섬택근무에 대한 준비는 두미도가 경상남도형 섬 재생사업 프로젝트인 ‘살고 싶은 섬’으로 지정된 이후 올 1월부터 진주소재 경남혁신도시에 입주해있는 공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사장 김학도, 이하 ‘중진공’)과의 소통에서 시작됐다.

 

이후 섬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공감대 조성, 사무실 준비, 숙소 마련, 근무형태 조정, 주민들과의 관계설정 순으로 진행됐다. 두미도 북구마을에 위치한 사무실은 구 청년회관 사무실로 쓰였던 곳으로 장기간 방치되어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 한 것. 숙소로 사용될 경로당 2층은 평소 마을 방문객이나, 작업팀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33㎡(10평) 남짓한 공간이다.

 

중진공 직원들은 원격근무 시스템을 활용하여 팀 또는 사업단위로 섬 사무소에서 일하게 되며, 일주일에 3일 정도를 섬택근무, 즉 이곳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이외에도 소규모 그룹의 세미나와 집중도를 요하는 TF팀이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를 넘어서 섬택근무지로 첫 발걸음을 시작한 계기는 섬이 오가기 힘든 오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오히려 활용 가능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라는 점이다. 또한 섬 주민들과 공동체를 이뤄 섬주민으로 살아보기, 가고 싶은 섬이라는 이미지 개선, 대기업은 물론 일반 기업들의 근무장소로 최적이라는 공간 공유의 개념 접목, 섬에서 낡아가는 공간의 재활용과 마을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 등이 크게 작용했다. 직원들이 상주하게 될 섬택근무 사무소는 중진공 외에 다른 기업들의 신청 문의도 이어지고 있어 섬택근무는 확대될 전망이다.

 

섬 주민들도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적막하던 섬에 젊은 직원들이 일하기 위해 사무소를 개소한다는 소식에 “섬의 경사”라고 밝힌 북구마을 이장 고상훈 씨는 “우리 마을엔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 주민으로 사는 열린 마을이어서 오늘 같은 겹경사가 생긴 것 같다”며 “사무소 직원들을 섬 주민으로 받아들여 재미있고 활기찬 섬마을로 잘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4일 오후 두미도에서 원활한 섬택근무에 대한 상호 지원을 약속하는 협약식이 열렸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강석주 통영시장,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 고상훈 북구마을 이장 등 협약당사자 4인은 섬 지역 내에서의 사회공헌활동과 공동체 구축, 고유 가치 발굴을 통한 지속가능한 섬 조성 등을 다짐했다.

 

김 지사는 “두미도에 숲 산책길까지 다 조성되고 나면 전국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면서 “중진공의 스마트워크센터 같은 시설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섬 주민분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섬, 두미도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열게 되어 영광이자 행운”이라며 “중소기업들에도 널리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두미도는 섬 둘레 14km의 작지 않은 섬이고 약 70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욕지도와 삼천포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풍경이 아름답고, 동백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의 난대림 수목이 울창하여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중진공의 본격적인 섬택근무는 협약식 다음 주부터 시작돼 3년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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